주린이.
주식 초보자를 일컫는 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
나 역시도 주린이다.
세상 물정 모르던 나는 어쩌다가 주린이가 되었을까?
때는 나의 군 복무 시절로 돌아간다.
반복된 군생활에 민간인 물이 빠진 그때의 나.
전역일은 머나 멀지만 사치스럽게 상상을 해보았다.
‘제대 후 무엇을 할까?’
부유하는 이런저런 생각의 대상은 어느새 먹고사니즘의 영역으로 바뀌었다.
‘나는 뭐로 먹고 살아야 할까?’
당시 난 고졸 학력에 자격증 조차 한 장 없었다.
남은 군생활 만큼이나 사회에서의 나의 미래는 깜깜했다.
당연하게 경제적 예측 또한 암울했다.
‘노후에는 굶어 죽는 걸까..?
결혼이나 아이를 키우는 건 꿈도 꾸지 않았는데…’
우울함이 밀려왔다.
‘답은 투자다!’
시간이 지나 우울함이 가신 자리에는 생존 본능이란 싹이 텄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투자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자금 출처는 10만원 남짓한 육군 사병 월급.
투자 종목은 자연스레 주식으로 정해졌다.
주식은 소액으로도 굴릴 수 있으니까.
벤 그레이엄. 코스톨라니. 피터 린치.
투자 대가들의 책을 읽어나갔다.
환희와 절규 같은 감정에서부터 10배 넘는 수익을 거둔 이야기까지.
간접적으로 주식 시장을 체험해보니 나도 뭔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난 투자 상식을 갖추었단 착각으로 무장한채 투자 대상을 물색했다.
10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10루타 종목은 자신의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는 피터 린치의 말을 떠올렸다. 당시 군건물 출입에 RFID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투자에 관심을 가지니 일상에 관련된 기술과 연관 기업이 궁금해진 것이다.
코스닥에서 RFID 관련 기업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기업은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행복회로를 가동해도 좋을 것 같았다.
‘내년엔 실적이 오르지 않을까?’
낙관은 매수로 가는 길로 연결 되어있다.
비록 그 근거가 빈약하다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난 생애 처음으로 주식을 매수했다.
훗날 해당 주식은 매도했다.
술 먹는데 써버린 것이다.
그렇게 10% 남짓한 수익은 알코올과 함께 날아가버렸다.
‘나의 시장 조사와 기업 분석의 가치는 이정도인가.’
하는 허무함과 더불어.
하지만 그 때의 경험으로 투자는 내겐 버릇이 되었다.
투자를 함으로써 세상사를 이해하는 과정이 무척 즐겁기 때문이다.
출근 길 신문사 경제지면에는 항상 세계 곳곳의 새로운 이벤트를 확인하고
퇴근 후에는 국가, 산업 그리고 기업에 대한 정보를 채우고 분석한다.
지적 유희가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가!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할 생각에 가슴이 설레어 온다.
비록 수중에는 짤짤이뿐일지라도.
그렇다. 어느새 주린이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