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겁쟁이다
'나는 프로그래머가 되어야겠다.'
1편 말미에 저는 위와 같은 막연한 생각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에는 이런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저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저는 이룬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군대를 막 제대한 23살의 저는 스펙이랄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최종학력 고졸,
자격증 무
(정말 한 개도 없음. 자격증 시험조차 본 적 없음)
그렇다고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해온 것도 아니었고요.
무작정 도전하는 건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고 좁더라도 밟고 갈 작은 계단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일단은 먹고살아야 했기 때문에 일을 시작했습니다.
(군적금은 이미 다 써버렸고, 콩알만한 주식 수익은 술 먹느라... ㅎㅎ;)
생활코딩으로 주경야독
주간에는 일을 하느라 바빴습니다.
(회식은 왜 그리 많은지. ㅠ.ㅠ)
한편 퇴근 후에는 '생활코딩' 이고잉 님의 강의를 들으며
프로그래밍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생활코딩을 통해 HTML, CSS, JS 등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죠.
약 세 달 정도 일과 학습을 병행했습니다.
하면 할수록 프로그래밍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싶어졌습니다.
결심이 서고 난 뒤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목표로
어느 학원에서 자바 국비과정을 들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패스트캠퍼스>란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node.js, React.js, Vue.js, Python, Django 등등
당시로서는 굉장히 특이한 스택의 수업을 제공했습니다.
홈페이지 UI도 예쁘기도 했거니와 느낌적 느낌이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그렇게 패스트캠퍼스 취업반에 등록했습니다.
리액트 과정답게 강의는 js 기초부터 진행되었습니다.
vanilla js, scope, prototype, es6, view(layout, grid, css trick), jQuery 등등 다양한 것들을 배웠어요.
이때 배운 내용들이 훗날 실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웅모 선생님 짱입니다. ㅎㅎ;)
패스트캠퍼스에서 배운 것들
그런데 왜 이렇게 배운 게 적냐구요?
사실 저는 1개월 다니고 관뒀습니다.
그만둔 이유는 조금 복합적이었습니다.
우선 스스로 너무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서 취업을 하더라도 그 후가 문제일 게 뻔해 보였습니다.
저야 면상에 철판 깔고 루팡마냥 월급은 월급대로 타고
기술은 기술대로 익히면
저는 좋...지 않습니다.
제 마음이 편치 않은 건 둘째치고 같이 일할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요.
마음 한편으론 프론트엔드에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았습니다.
17년 여름 당시 한창 프론트엔드 생태계가 팽창하던 시기로 기억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길을 스스로 헤쳐가야 하는 그런 고생길이 훤했습니다.
물론 고생이 심한 만큼 리워드도 커 보였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별 흥미가 없으니...
오히려 백엔드 쪽에 애정이 더 갔습니다.
그렇다고 아는 건 없었습니다.
그러니 더 공부를 해야 했죠.
마침 언매니지드 언어에 대한 갈망 또한 컸습니다.
요컨대 정체 모를 C 뽕에 취해버렸습니다.
2편 글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군 제대 후 바로 프로그래밍하긴 쫄려서 회사 입사 ->
회사 3달 만에 퇴사 ->
컴퓨터 학원 등록 ->
한 달 만에 학원 빤쓰런.
정리하고 보니 참 이상한 놈이 따로 없네요.
한편 C 뽕에 취한 저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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